팬덤퍼널 김윤경 · 열네 마디
구글을 미치게 하는 글쓰기를 가르쳤습니다. 이제 AI를 미치게 하는 브랜딩을 합니다
사람은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제가 교육에서 쓰는 「에피파니 브릿지」라는 틀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왜 지금 이 일을 하게 됐는지를 열네 마디로 푸는 구조입니다. 남에게 쓰라고 하는 사람이 자기 것을 숨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제 열네 마디를 먼저 적어 둡니다.
1. 배경
구글을 미치게 하는 글쓰기를 가르치던 사람입니다
1994년에 개발자로 시작해 IT 대기업에서 17년, 그 뒤로 SK텔레콤·존슨앤드존슨·롯데에서 30년 가까이 결재하는 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포항공대에서 AI 석사를 했고, 회사를 나온 뒤로는 40곳이 넘는 기업과 기관에서 AI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SEO 컨설턴트로 「구글을 미치게 하는 글쓰기」를 가르쳤습니다. 검색엔진이 무엇을 보고 사람을 고르는지, 그걸 업으로 설명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 방법이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2. 욕망
겉으로는 자는 동안에도 도는 사업, 속으로는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알아주길
강의는 제 몸이 가야 돈이 되는 일입니다. 제가 아프면 그달은 0입니다. 몸을 쓰지 않아도 굴러가는 줄을 하나는 갖고 싶었습니다.
사실은 이쪽이 더 컸습니다. 30년을 쌓았는데 “좋은 분”으로만 기억되는 것이 조금 서운했습니다.
이름을 알아주는 것 말고, 제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아줬으면 했습니다.
3. 낡은 매개체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이것이 제 첫 번째 깨달음이었습니다. 챗GPT를 만나고, 누구나 콘텐츠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그래서 부트캠프를 열고, 유튜브를 하고, 블로그를 쓰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많이 만든 만큼 팔리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가르치던 검색 최적화도 같이 낡아 갔습니다. 사람들이 답을 읽고 창을 닫기 시작했으니까요. 클릭이 없으면 제 글은 읽힌 것이 아니라 재료로 쓰인 것이었습니다.
제 첫 깨달음은 어느새 낡아 있었습니다.
4. 소명
40곳을 다니면서 같은 문장을 계속 들었습니다
“만족도는 높았는데 한 달 뒤 달라진 게 없어요.”
업종이 달라도, 규모가 달라도, 강의장마다 이 문장은 똑같았습니다.
제 강의가 끝난 뒤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제일 아픈 칭찬이었습니다.
5. 악당
“교육도 하고 유료 버전도 쓰는데 3단계로 못 넘어가요”
2026년 9월, 30년간 모은 명함에 안부를 보냈을 때 제일 많이 돌아온 답이 이것이었습니다.
도구가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배울 데가 없어서도 아니었습니다.
배운 것을 일로 바꾸는 자리에서 전부 멈춰 있었습니다. 그건 한 번 더 가르친다고 풀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6. 만약
이대로 가면 저도 그냥 AI 강사 중 한 명입니다
AI 강사는 해마다 늘어납니다. 내년에는 더 늘 것입니다.
가르치는 것만 하면 저는 소모되고 잊힙니다.
제일 무서운 건 망하는 게 아니라, 아무도 제가 뭘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7. 길잡이
책이 틀을 줬고, 고객의 답장이 저를 가르쳤습니다
러셀 브런슨의 《마케팅 설계자》와 《브랜드 설계자》에서 퍼널과 에피파니 브릿지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진짜 선생은 답장이었습니다. 사흘에 68통이 왔으니까요.
한 통 한 통이 제가 무엇을 못 하고 있는지 말해 주고 있었습니다.
8. 에피파니
몇 년을 제 편지를 받은 분도, 제가 뭘 하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2026년 9월, 사흘 동안 30년간 주고받은 명함 6,287장에 안부를 보냈습니다. 파는 것은 하나도 없는 편지였습니다.
사흘에 1,931통이 나갔고 답장이 68통 왔습니다. 그중 한 분의 답장 앞에서 저는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팬덤퍼널이 뭘 하는 곳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말이었습니다.
몇 년째 제 편지를 받아 온 분이었습니다.
저는 계속 만들기만 했지, 설명하고 데려다주는 구조를 지은 적이 없었습니다. 설명하지 않은 건 제 쪽이었습니다.
9. 새로운 기회
구글을 미치게 했듯이, 이제 AI를 미치게 하면 됩니다
2년 전에는 만들 줄 아는 것이 무기였는데, 지금은 누구나 만듭니다. 남는 것은 만든 것을 데려오고, 믿게 하고, 받는 자리입니다.
검색엔진은 링크를 셌고, AI는 문장을 읽습니다. 순위를 다투던 게임이 인용당하는 게임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할 일은 하나입니다.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AI가 읽고 기억하고 남에게 추천할 수 있는 형태로 새겨 넣는 것. 저는 이것을 “AI 각인”이라고 부릅니다.
각인이 끝나면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 하나 생깁니다. 저는 그것을 “24시간 나 대신 일하는 영업사원”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받는 시스템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10. 전략
AI 활용 성숙도 다섯 단계 — 사다리를 올리는 일만 합니다
같은 도구를 쓰는데 결과가 다른 이유는, 어느 단계에서 쓰고 있느냐에 있습니다.
Lv.1 검색 대체 → Lv.2 초안 생성 → Lv.3 컨텍스트 설계 → Lv.4 업무 자산화 → Lv.5 워크플로 위임.
거의 모든 조직이 2단계에서 멈춰 있습니다. 그래서 제 교육은 기초 프롬프트와 도구 소개를 걷어내고 Lv.3~5에만 시간을 씁니다.
같은 사다리를 사업에도 올립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받는 시스템까지 올라가는 것입니다.
11. 내 성과
제가 자는 동안에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흘에 1,931통을 보내 답장 68통(3.5%), 전자책 99명, 온라인 티타임 3건. 광고비는 0원이었습니다.
그 3건은 전부 “무엇을 사겠다”가 아니라 “같이 뭘 해볼까”였습니다.
지금 이 홈페이지는 제가 자는 동안 특강 좌석을 채우고, 공동사업 계약 3건의 첫 단추를 끼웠습니다.
12. 남의 성과
같은 것을 조직에도 깔아 봤습니다
마케팅 총괄로 있을 때 200명이 넘는 직원과 1:1 코칭을 하면서 검증한 방법입니다.
부트캠프는 7기까지 왔고, 기업·기관 교육은 40곳을 넘겼습니다.
한 워크숍에서는 종이를 전부 걷어내고 폰으로만 제출받았습니다. 시작 7분 뒤 스크린에 32건이 올라와 있었고, 정리 리포트는 그날 저녁에 나갔습니다.
13. 외적 성취
제 몸이 가지 않아도 되는 줄이 생겼습니다
강의 하나로만 벌던 수익이 교육·구축·제휴로 나뉘었습니다.
오프라인 강의가 없는 주에도 문의가 들어옵니다. 들어오는 길을 제가 만들어 뒀으니까요.
제일 큰 변화는 금액이 아니라, 제가 없어도 돌아가는 자리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14. 내적 변화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데려다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제 결과물이 좋으면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분이 월요일에 실제로 쓰는지를 봅니다. 안 쓰면 제가 설계를 잘못한 것입니다.
가르치고 끝나는 것이 제일 편한 길인데, 그 길은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당신의 열네 마디는 무엇입니까
위 열네 마디는 제가 혼자 앉아서 쓴 것이 아닙니다. 질문을 하나씩 받고 답하면서 끌어낸 것입니다. 같은 질문을 당신에게 던지는 프롬프트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AI에 그대로 붙여넣고 대화하시면 됩니다. 30분이면 초안이 나옵니다. 무료이고, 가입도 필요 없습니다.
2026년 10월 9일, 저는 제 이름을 AI에 넣어 보고 기준선을 적어 두었습니다. 그날부터 열두 달 동안 숫자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책 한 권으로 쓰고 있습니다. 《AI에게 나는 없는 사람이었다》 — 나오면 가장 먼저 알려 드리겠습니다.